Theatrics

Puzzle Muteson · 2014

Theatrics 앨범 커버

얼음 밑을 흐르는 물

4.0 / 5.0
11 트랙
2026 · 07 · 25

12~13년 전이었던 것 같다. 그 무렵 네이버 뮤직 정기 결제권을 끊어 쓰고 있었는데, 칼럼인지 특집 섹션인지 모를 곳에서 우연히 이 앨범을 발견했다. Puzzle Muteson, 「Theatrics」. 처음 들어보는 아티스트였고, 평소라면 그냥 지나칠 법한데 한 번 들어보았다. 그리고 그날로 이 앨범을 영원히 기억하게 됐다.

음울하면서도, 한겨울의 차가움과 함께 어떤 따뜻한 공간감이 느껴졌다. 첫 트랙 「We Are, We Own」부터 매료된 나는 가사를 찾고 싶었다. 그때는 가사가 한 곡도 나오지 않아서 (사실 지금도 스포티파이에는 세 곡의 가사가 없다), 페이스북 메신저로 아티스트에게 직접 보냈다. ‘당신의 앨범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가사를 받아 보고 싶다’고. 그리고 받아냈다.

이런 사소하지만 특이한 계기 때문에 더 기억에 남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예술을 평가하는 데 객관적인 기준이라는 게 있을까 싶다. 스포티파이 리스너 수 같은 수치가 ‘좋은 음악’을 늘 말해 주는 것도 아니니까. 이 앨범은 나만 아는 소중한 작품이다.

얼음과 물

무엇보다 온도가 먼저 느껴지는 앨범이다. 첫 곡 「We Are, We Own」은 소리를 크게 내지 않는다. 목소리는 떨리고, 반주는 얇다. 가라앉지도 물지도 않겠다고 되뇌는 가사처럼, 앨범은 감정을 터뜨리는 대신 낮게 눌러 둔다. 그 절제가 오히려 오래 남는다.

그렇다고 차갑기만 한 건 아니다. 「In Circles」는 같은 자리를 맴돌면서도 붙잡을 데를 찾고, 「River Women」에 오면 얼어 있던 것이 풀리듯 흐른다. 「By Night」에서는 누군가 아침이 오기 전에 떠나고, 남겨진 사람이 위층의 발소리를 듣는다. 큰 사건도 해설도 없이 그런 장면들이 조용히 지나간다.

잔불과 해

들을수록 그 온도가 조금씩 오른다. 「Winters Hold」쯤 오면 이 앨범의 온도를 알 것 같다. 겨울을 노래하는데 아주 춥지는 않다. 어딘가 아직 꺼지지 않은 것이 남아 있다.

마지막 「True Faith」에 와서야 앨범은 처음으로 빛 쪽으로 기운다. 무너졌던 자리에 온기가 돌아오고, 얼어 있던 것들이 천천히 풀린다. 그런데 여기서도 앨범은 끝까지 과장하지 않는다. 완전히 봄으로 넘어가는 대신, 겨우 데워진 정도에서 조용히 멈춘다. 그 절제 때문에 이 겨울은 마지막까지 제 온도를 지킨다.

Winters Hold

마음이 가라앉을 때 이 앨범을 자주 들었던 것 같다. 요란하게 기대거나 직접적으로 위로받거나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고요한 여운을 느끼면서 차분하게 지내고 싶은 새벽 즈음에, 나에게 「Theatrics」는 그런 밤에 놓인 앨범이다.

Tracklist

  1. 01We Are, We Own
  2. 02In Circles
  3. 03Bells
  4. 04River Women
  5. 05Into & Opened
  6. 06City Teeth
  7. 07By Night
  8. 08Winters Hold
  9. 09Belly
  10. 10True Faith
  11. 11Chai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