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3년 전이었던 것 같다. 그 무렵 네이버 뮤직 정기 결제권을 끊어 쓰고 있었는데, 칼럼인지 특집 섹션인지 모를 곳에서 우연히 이 앨범을 발견했다. Puzzle Muteson, 「Theatrics」. 처음 들어보는 아티스트였고, 평소라면 그냥 지나칠 법한데 한 번 들어보았다. 그리고 그날로 이 앨범을 영원히 기억하게 됐다.
음울하면서도, 한겨울의 차가움과 함께 어떤 따뜻한 공간감이 느껴졌다. 첫 트랙 「We Are, We Own」부터 매료된 나는 가사를 찾고 싶었다. 그때는 가사가 한 곡도 나오지 않아서 (사실 지금도 스포티파이에는 세 곡의 가사가 없다), 페이스북 메신저로 아티스트에게 직접 보냈다. ‘당신의 앨범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가사를 받아 보고 싶다’고. 그리고 받아냈다.
이런 사소하지만 특이한 계기 때문에 더 기억에 남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예술을 평가하는 데 객관적인 기준이라는 게 있을까 싶다. 스포티파이 리스너 수 같은 수치가 ‘좋은 음악’을 늘 말해 주는 것도 아니니까. 이 앨범은 나만 아는 소중한 작품이다.
얼음과 물
무엇보다 온도가 먼저 느껴지는 앨범이다. 첫 곡 「We Are, We Own」은 소리를 크게 내지 않는다. 목소리는 떨리고, 반주는 얇다. 가라앉지도 물지도 않겠다고 되뇌는 가사처럼, 앨범은 감정을 터뜨리는 대신 낮게 눌러 둔다. 그 절제가 오히려 오래 남는다.
그렇다고 차갑기만 한 건 아니다. 「In Circles」는 같은 자리를 맴돌면서도 붙잡을 데를 찾고, 「River Women」에 오면 얼어 있던 것이 풀리듯 흐른다. 「By Night」에서는 누군가 아침이 오기 전에 떠나고, 남겨진 사람이 위층의 발소리를 듣는다. 큰 사건도 해설도 없이 그런 장면들이 조용히 지나간다.
잔불과 해
들을수록 그 온도가 조금씩 오른다. 「Winters Hold」쯤 오면 이 앨범의 온도를 알 것 같다. 겨울을 노래하는데 아주 춥지는 않다. 어딘가 아직 꺼지지 않은 것이 남아 있다.
마지막 「True Faith」에 와서야 앨범은 처음으로 빛 쪽으로 기운다. 무너졌던 자리에 온기가 돌아오고, 얼어 있던 것들이 천천히 풀린다. 그런데 여기서도 앨범은 끝까지 과장하지 않는다. 완전히 봄으로 넘어가는 대신, 겨우 데워진 정도에서 조용히 멈춘다. 그 절제 때문에 이 겨울은 마지막까지 제 온도를 지킨다.
Winters Hold
마음이 가라앉을 때 이 앨범을 자주 들었던 것 같다. 요란하게 기대거나 직접적으로 위로받거나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고요한 여운을 느끼면서 차분하게 지내고 싶은 새벽 즈음에, 나에게 「Theatrics」는 그런 밤에 놓인 앨범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