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lm·크리스토퍼 놀란·2008

다크 나이트 포스터

다크 나이트

THE DARK KNIGHT

빛과 그림자를 드리운 키스톤

The Rating · J O K E R

5.0 / 5.0

크리스토퍼 놀란
크리스천 베일 · 히스 레저
HARVEY DENT HARVEY DENT ✦ GOTHAM ✦ ✦ GOTHAM ✦
TWO FACE TWO FACE ✦ GOTHAM ✦ ✦ GOTHAM ✦
2026 · 08 · 06

하비 덴트에게는 늘 지니고 다니는 동전이 있다. 그는 결정을 앞두고 항상 그것을 던진다. 동전의 양면으로 결정을 한다. 「다크 나이트」는 그 동전을 영화의 한가운데 놓고, 던져진 동전이 어느 면으로 떨어지는지 들여다본다.

동전이 답하는 방식은 단순하다. 앞이 아니면 뒤, 둘 중 하나다. 이 영화는 사람도 그렇게 두 쪽으로 나뉘는지, 그중 어느 쪽이 진짜 얼굴인지 묻는다. 하비 덴트에서 시작한 물음은 배트맨과 조커에게로, 고담 전체로 번져 간다.

동전

다만 이 동전에는 속임수가 있다. 하비의 것은 양면이 같은 얼굴이라, 던져도 늘 같은 쪽이 나온다. 그가 「운은 스스로 만드는 거야 (You make your own luck)」라고 말할 때, 그 말은 우연을 믿는다는 뜻이 아니라 우연을 지배한다는 뜻이다. 이 동전은 처음엔 통제의 물건이다.

레이첼이 죽던 밤, 하비를 덮친 불이 동전의 한 면과 그의 얼굴 절반을 함께 태운다. 조작되어 있던 같은 얼굴 둘 중 하나가 그을리면서, 동전은 그제야 진짜로 두 얼굴을 가진다. 하비 덴트도 같은 불길 속에서 투페이스가 된다.

그때부터 하비는 정의를 우연에 맡긴다. 통제를 자부하던 사람이, 이제는 동전이 떨어지는 대로 사람을 살리고 죽인다. 이 잔인한 세상에서 공평한 것은 오직 운뿐이라고, 그는 끝에 이르러 믿는다. 통제에서 우연으로 미끄러지는 자리가 곧 백기사의 몰락이다.

조커는 다른 면의 동전이다. 하비의 것이 본래 같은 앞면 두 개였다면, 조커는 뒷면만 두 개다. 던져 봐야 늘 같은 얼굴이 나온다. 그 얼굴은 언제나 혼돈이다. 흉터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상대에 따라 매번 다르게 말한다. 그에게는 붙잡을 과거가 없다.

두 기사

영화 속에서는 두 명의 기사가 있다. 어둠의 기사인 배트맨과, 고담이 백기사라 부르는 하비 덴트. 낮의 얼굴과 밤의 얼굴로 도시를 나눠 지키는 두 사람이다.

배트맨과 조커 역시 한 쌍의 반쪽이다. 배트맨이 질서를 지키는 앞면이라면, 조커는 그 질서가 버티는지 시험하는 뒷면이다. 둘 중 하나만으로는 온전한 동전이 되지 못한다. 조커가 배트맨에게 「너 없이 누구랑 놀아? (What would I do without you?)」라고 할 때, 그것은 위협이 아니라 사실에 가깝다. 배트맨이 판을 키운 자리에서 조커가 태어났고, 부술 선이 있어 조커도 사라지지 않는다.

회색지대

동전은 앞 아니면 뒤라고 말하지만, 사람은 그렇게 갈리지 않는다. 영화는 두 척의 배로 그것을 시험한다. 한 배에는 죄수들이, 다른 배에는 시민들이 타고, 서로의 배를 폭파할 기폭 장치가 각자에게 쥐어진다. 그런데 사람들은 붙은 이름과 반대로 움직인다. 악당이라던 죄수 배에서는 한 죄수가 그 장치를 건네받자마자 창밖으로 던져 버리고, 선량한 시민 배는 폭파에 찬성해 놓고도 끝내 아무도 스위치를 누르지 못한다.

그러니 절대선과 절대악은 붙여 둔 이름일 뿐, 사람은 그 사이 회색지대에 있다. 다만 영화는 반대쪽 답도 함께 내놓는다. 두 배가 사람은 끝내 선하다는 것을 증명한다면, 하비는 사람이 부러질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가장 곧던 백기사가 하룻밤 사이 무너져 내린다. 인간 본성을 두고, 영화는 두 답을 동시에 쥐고 어느 쪽도 놓지 않는다.

정의도 흑백으로 갈리지 않는다. 배트맨은 조커를 잡으려고 고담의 모든 휴대폰을 도청 장치로 바꾸고, 폭스는 한 사람이 갖기엔 너무 큰 힘이라며 3천만 시민을 감청하는 건 자기 직무가 아니라고 선을 긋는다. 배트맨은 그 기계를 한 번만 쓰고 부순다. 정의를 위해서라면 정당하지 않은 수단도 정의인지, 정의가 늘 선이나 도덕과 겹치는지, 영화는 답을 주지 않는다. 비긴즈에서 이어지던 물음, 어느 것이 정의인가가 여기서는 동전처럼 쉽게 뒤집힌다.

얼굴

You either die a hero, or you live long enough to see yourself become the villain.

하비는 이 말을 제 몸으로 증명한 사람이 되고, 영화는 마지막에 동전을 한 번 더 뒤집는다. 배트맨과 고든은 하비가 저지른 살인을 덮고, 그 죄를 배트맨이 대신 뒤집어쓴다. 백기사는 끝까지 백기사로 추억되고, 어둠의 기사는 짓지 않은 죄를 안고 쫓기는 쪽에 선다.

이런 거짓말은 도시에만 있는 게 아니다. 알프레드는 레이첼이 사실 하비를 택했다는 것을 브루스에게 끝내 말하지 않는다. 레이첼이 자기와 결혼하려 했다고 믿는 사람 앞에서, 한 번도 거짓말한 적 없던 그가 처음으로 진실을 감춘다. 도시를 지키려는 거짓과 한 사람을 지키려는 거짓이 나란히 놓인다.

도시를 떠받치기 위해 세운 것은 진실이 아니라 잘 빚은 거짓 얼굴이다. 고담은 한 면만 보이는 동전을 손에 쥐고, 나머지 한 면은 누군가 어둠 속에서 대신 짊어진다.

EVIDENCE · GCPDCONFIDENTIALWHY SO SERIOUS?DO NOT COPYGOTHAM CITY PDWHY DO WE FALL?CASE FILE 08·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