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LM · 2024 · 네오 소라

HAPPYEND

해피엔드

「Happyend」(2024) 포스터

늘어난 엔트로피가 남긴 잔향

감독
네오 소라
출연
쿠리하라 하야토 · 히다카 유키토 · 이노리 키라라
2026.08.24

진동이 시작되면 균열이 생긴다. 근미래의 도쿄, 지진에 시달리는 도시의 한 고등학교에 감시 시스템이 깔린다. 카메라가 위반을 감지하고 개인을 특정해 벌점을 매긴다. 소꿉친구 유타와 코우가 장난 하나로 불러들인 그 시스템 앞에서, 둘은 정반대 방향으로 흔들린다. 이 영화의 제목은 해피엔드지만, 그건 결말이 아니라 질문에 가깝다. 이건 누구의 해피엔드였을까.

「가위바위보」

오래 함께한 사이에는 좀처럼 승부가 나지 않는 구간이 있다. 유타와 코우가 하는 가위바위보는 계속해서 비긴다. 유타는 옛 음악을 좋아한다. 알바 면접에서도 요즘 음악은 다 비슷하다고, 자신은 지난 시절의 곡이 좋다고 말한다. 밤의 학교에 숨어들어 테크노를 틀고 깔깔거리던 시간이 있었다. 유타가 지키려는 건 그 비기던 상태다. 가장 변하지 않은 사람이 유타다.

철들지 말자고 약속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서로 다른 방식으로 살기 시작했고, 계속되던 비김도 어느 순간 승부로 넘어간다. 코우는 성숙해지고, 톰은 미국으로 떠나고, 나머지도 저마다의 방향으로 흩어진다. 한번 금이 가고 나면 웃는 얼굴도 예전처럼 쉽게 나오지 않는다. 변하는 자와 붙잡는 자 사이에서, 우정은 천천히 갈라선다.

「갈라파고스」

둘 사이를 벌리는 건 둘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들을 둘러싼 세계도 함께 좁아진다. 학교에 깔린 그 감시 시스템에는 파놉티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긴급사태가 선포되자 교실에는 자위대 교관까지 들어선다. 카메라 뒤에는 이익만 좇는 어른들이 있다. 교장이 있고, 그 위에 총리가 있다. 감시가 촘촘해질수록 바깥은 좁아지고, 제 방식만 정답이라 믿는 섬 하나가 근미래라는 배경 뒤에서 지금 여기와 겹친다.

그 벽은 코우 같은 사람 앞에서 더 또렷해진다. 재일 한국인인 코우는 영주권등록증을 지녀야 하고, 자위대 교관의 특강은 순혈 일본인만 들을 수 있다. 순혈과 아닌 자를 가르는 선이 교실 안에 그어져 있다. 힘의 저울은 좀처럼 기울어진 채로 굳는다. 가진 쪽은 더 가지고, 없는 쪽은 그대로다. 그 부조리 앞에서 당사자인 코우가 장학금을 이유로 입을 다무는 동안, 정작 당사자가 아닌 후미가 대신 목소리를 낸다.

「공명」

이 모든 균열의 밑바닥에는 하나의 떨림이 있다. 이 영화에서 떨리는 것은 셋이다. 땅이 흔들리고, 비트가 치솟고, 심장이 뛴다. 지진계와 테크노와 심전도는 사실 같은 선의 세 얼굴이다. 유리잔을 깨는 진동과, 두 박동이 맞아떨어지는 진동은 같은 떨림이다. 얼굴에 부딪히는 빨강과 파랑처럼, 차가운 무질서와 따뜻한 박동이 한 화면 안에서 함께 떤다.

흔들리면서도, 저마다의 진동 주기로 공명하며 살아간다.

관계도 가만두면 무질서한 쪽으로 흐른다. 온기는 다시 데워지지 않고, 다음에 또 보자는 인사는 어느새 상투어가 된다. 그럴 때면 인생은 혼자인가 싶다가도, 밤의 교실에서 함께 웃던 순간을 떠올리면 마음이 다시 기운다. 꼭 질서가 맞아야 행복한 것은 아니다. 제각기 다른 박자로 어긋나다 잠깐 맞아떨어지는 순간이, 그 밤들을 오래 붙든다.

「갈림길」

끝내 자수하는 사람도 유타다. 마지막, 그가 웃으며 코우를 가볍게 때린다. 때리는 것으로 서로가 조금은 아물 수 있지만, 벌어진 균열을 완전히 봉합하지는 못한다. 말없이 코우를 응시하던 유타가 반대편 계단으로 내려갈 때, 사과도 고맙다는 말도 끝내 삼킨 그 감정이 오래 남는다.

나에게도 큰 지진이 온 적이 있었다. 오래된 친구와 철들지 말자던 약속이 있었고, 그 진동에, 우리 사이는 유리잔처럼 금이 가다 끝내 깨졌다. 우리는 그렇게 멀어졌다. 그래서 이 영화의 마지막 계단이 남의 이야기 같지 않았다. 그 떨림이 한때 우리를 살아 있게 했지만, 이제는 돌이킬 수 없다. 해피엔드라는 물음표는 그 상실 위에 씌운 얇은 겉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