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rt Film · Denis Villeneuve · 2008

다음 층

Next Floor

욕망 그 자체의 위상기하학.

4.0 / 5.0
Denis Villeneuve · 11min
2026 · 06 · 02

FLOOR −01상승의 언어, 하강의 몸

‘다음 층’이라는 단어를 떠올릴 때, 우리는 대개 상승을 떠올린다. 다음 단계, 더 높은 곳. 그러나 이 영화는 그 말을 그대로 쓰면서 아래로 떨어진다.

땅에서 태어나 하늘로 흩어지는 것 — 그것이 자연스러운 궤적일 텐데, 이 영화는 정반대다. 지극히 당연한 중력이라는 자연의 이치에 가속되며 다음 층으로 가버린다. 인위적이지 않다. 오히려 이 부자연스러운 상황을 만든 건, 역설적으로 인간이다.

FLOOR −02욕망인가, 자연스러움인가

그런데 더 자연스러운 건, 결국 땅에서 난 자들이 땅으로 향하고 있다는 것 아닌가. 먹이사슬 최상위의 인간이라는 군체가 다른 생명들의 내장을, 피를, 살을 섭취한다. 그것 또한 자연스러운 이치일 터. 그래서 어쩌면 이 영화는 욕망이 아니라, 자연스러움에 대한 것인지도 모른다.

더 자연스러운 건, 결국 땅에서 난 자들이 땅으로 향하고 있다는 것.

FLOOR −03강렬한 이미지

그로테스크한 분위기에 고딕적 이미지, 흑백의 대비, 샹들리에. 이 영화는 내게 굉장히 강렬한 이미지를 선사했다. 그런데 정작 서늘한 건, 그 이미지 자체가 아니었다.

무미건조한 사람들의 반응. 톱밥이 음식에 흩뿌려져도 어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비현실적인 장면들. 괴물스러움이 무서운 게 아니라 — 아무도 그것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것이 무섭다. 그들은 이미 이 광경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다음 층에 갈 때마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들. 먹지도, 놀라지도 않는 그들은 촉매제이자, 자연의 일부처럼 보인다. 이 방을 무심히 굴러가게 하는 장치.

FLOOR −04다만, 다음 층이 있을 뿐

사람의 욕망과 욕심이라는 것이, 10분 남짓한 짧은 단편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욕망에 대한 영화임이 명확해서 오히려 더 좋았다. 강렬한 메시지를, 그만큼 매혹적인 매개체로 — 그로테스크하고 고딕적인 그 화면으로 — 실어 날랐다. 메시지도, 그것을 담은 그릇도 좋았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반복될 것 같다. 카타르시스도, 출구도 없이. 한 층이 무너지면 똑같이 닮은 다음 층이 열리고, 또 열린다. 끝도 바닥도 없이 — 다만, 다음 층이 있을 뿐.